일본 인쇄업계가 빠른 속도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며 생산성, 환경 대응, 시장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인쇄 방식을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움직임이다.
시장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의 디지털 인쇄 시장은 2023년 약 12억7,580만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2030년까지 연평균 7%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업 인쇄 시장 전체도 2024년 426억달러에서 2033년 529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 산업으로 여겨지던 인쇄업이 디지털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소량·맞춤형(on-demand) 인쇄 수요가 급증했다. 대량 생산 위주의 오프셋 인쇄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영역을 디지털 인쇄가 메우고 있다. 또 전자상거래 확대로 맞춤형 패키징·라벨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인쇄업계는 이를 디지털 장비로 충족시키고 있다. 최신 잉크젯 기술은 다양한 재질에 인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친환경 잉크와 재생 용지 활용까지 가능하게 하면서 품질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일본 정부와 업계의 협력도 큰 힘이 됐다. 자동화 장비 도입 보조금, 친환경 인증 제도, 중소 인쇄소를 위한 디지털 전환 자문 등 정책적 지원이 병행됐다. 특히 장비·소재 대기업과 인쇄 현장의 긴밀한 협력이 산업 생태계 전체의 혁신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반면 한국 인쇄업계는 디지털 전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만 실제 속도는 더디다. 장비 투자 부담, 전문 인력 부족, 제도적 지원 미흡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처럼 정부의 금융 지원, 정책적 인센티브, 전문 인력 양성이 결합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 사례는 변화를 빨리 수용한 업계가 시장을 선점한다는 교훈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소량 맞춤형 시장 확대와 친환경 전환이라는 흐름은 이미 한국 인쇄산업에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한국 업계가 얼마나 신속하게 디지털 기반으로 체질을 바꾸고, 정책과 금융, 인재 육성을 결합해 대응할 수 있을지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