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가 미국발 관세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주요 지종 수출가를 인상한다. 북미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감열지와 백판지 가격을 조정하며 원가 부담을 흡수하려는 조치다.
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는 오는 29일 선적분부터 POS 감열지 수출가를 10% 인상한다. 이미 미국에는 지난 5월부터 10% 인상이 적용된 상태다. 감열지는 택배 라벨, 포스 영수증, 영화 티켓 등에 쓰이는 특수 용지로, 한솔제지는 국내 시장의 85~90%를 점유하며 북미·유럽·남미 등에 수출하고 있다.
백판지는 다음달 1일 신규 주문부터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5% 인상이 적용된다. 식품·화장품·전자제품 포장재에 활용되는 두꺼운 코팅지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올해 들어 가격 조정을 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불가피하게 인상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해상 운임 급등, 에너지·원자재 비용 상승,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이 맞물리면서 단행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 1일부터 한국산 전 품목에 25% 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에서 “단기간이지만 한미 협상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으나 전망은 불확실하다.
제지업계는 중국산 저가 공세 속에서 추가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수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아직 무림페이퍼 등 다른 업체의 수출가 인상 움직임은 없지만, 특정 지종의 공급 불균형이 발생하면 국내 가격에도 단기적 상승 압력이 번질 수 있다. 2021년 코로나19 이후 수요 급반등 때 업계 전반이 일제히 인쇄용지 가격을 올린 사례가 재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이미 10% 기본관세를 적용 중이며 8월부터 25%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수출 단가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시장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면 판매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솔제지는 관세 현실화에 대비해 수익성을 지키려는 전략을 선택했지만, 글로벌 공급망과 시장의 반응이 향후 가격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