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중심으로 콩기름(대두유)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미국 농무부(USDA)는 2025~26 회계연도 동안 콩기름의 바이오연료 사용량이 155억 파운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6.5%나 늘어난 사상 최대치다. 에너지 전환 정책, 연방 세액공제(45Z) 같은 정부 지원책, 수입 연료 제한 조치 등이 맞물리며 콩기름은 연료 시장의 핵심 원료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은 식품·인쇄 등 전통적 수요 산업에 긴장을 던지고 있다. 수출 물량은 줄고, 국내 크러시(가공)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재고와 가격 구조가 뒤바뀌고 있다. 실제로 2025년 2분기 기준 미국의 콩기름 가격은 톤당 940달러로 하락세를 보였지만, 이는 공급 확대와 정책적 수급 조정의 결과일 뿐, 장기적으로는 가격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있다.
세계 시장도 변화에 휩싸였다. 브라질은 가격 상승세를 보였고, 중국은 공급 과잉과 수출 부진으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한국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수입 원가 부담을 안고 있다. 인도에서는 옥수수 기반 에탄올 정책이 농업 구조를 바꾸며 콩 등 유지작물 생산량이 줄고 있다. 이에 따라 수입 의존도가 더 높아지고, 정부가 원유 관세를 대폭 낮추면서 국제 콩기름 수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 트렌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국 일부 요식업계에서는 소기름(tallow) 선호가 늘고 있지만, 연간 생산량이 10억 파운드 수준에 그쳐 콩기름의 150억 파운드에 비하면 사실상 대체재가 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인쇄 산업이 주목하는 것이 바로 콩기름 잉크다. 1990년대부터 ‘친환경 대안’으로 자리잡은 대두유 잉크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배출이 적고 재생지 인쇄에도 적합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원재료 가격과 공급 구조 변화가 잉크 업계의 비용 구조를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시에 탄소 중립을 요구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정책과 맞물리면서, 오히려 ‘친환경 잉크’로서의 입지는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콩기름은 연료와 인쇄 양쪽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바이오연료 확대가 원재료 시장을 흔드는 가운데, 인쇄 산업은 친환경 이미지와 가격 변수 사이에서 전략적 대응을 요구받고 있다. 콩기름 잉크가 다시 한번 업계의 ‘친환경 아이콘’으로 부상할지, 아니면 원가 상승이라는 부담으로 작용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