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디자인을 단순 자동화하는 도구로 머무르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AI는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넘어, 디자인 역할 자체를 재정의하는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
SAP 디자인팀은 AI가 디자이너의 워크플로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 것이며, 중요한 것은 ‘언제’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들어올 것인가라고 진단했다. 디자이너는 직관이 아닌 데이터 기반 사고를 통해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결과물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는 AI에 맡기고, 인간은 전략적·창의적 영역으로 이동하는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이미 AI를 디자인 혁신의 전범으로 활용하고 있다. 코스모폴리탄은 2022년 AI 제작 이미지를 표지에 사용했고, 하인즈는 DALL·E 2로 ‘AI 케첩’ 캠페인을 진행했다. 코카콜라는 Stable Diffusion 기반 앱으로 소비자 참여형 비주얼 경험을 선보였고, 나이키는 트래비스 스콧과 협업 광고에서 수천 장의 AI 생성 시안을 확보했다. 국내에서도 롯데그룹이 신년 광고 전 과정을 AI로 제작했고, 랜드로버는 실사와 AI 배경을 결합한 광고를 내놨다.
한국에서도 변화가 시작됐다. 11번가는 Midjourney를 활용한 프로모션 시각물을 제작했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생산성 향상, 데이터 허브 구축, 신직무 도입을 포함한 전략을 모색 중이다. 다만 중소 디자인 기업의 AI 도입률은 5%에 불과해 ‘AI 격차’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확산 정책 필요성이 제기된다.
AI 시대 디자이너에게는 새로운 역량이 요구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능력 ▲Midjourney·DALL·E 2·Stable Diffusion 등 다양한 AI 도구 활용 능력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 기존 툴에 통합된 AI 기능 활용 경험이 핵심으로 꼽힌다.
궁극적으로 AI는 빠르고 효율적인 제작을 돕는 동시에 창의적 파트너로 자리한다. 그러나 최종 판단과 브랜드 적합성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인간 디자이너의 몫이다. 산업은 이미 AI와 공존하는 흐름 위에 서 있으며, 앞으로 중요한 것은 AI를 적응 대상이 아니라 공생의 도구로 받아들이는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