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 중산(中山) Canon 프린터 공장.
일본 캐논이 중국 광둥성 중산에 있는 레이저프린터 생산공장을 11월 21일자로 전면 가동 중단하며 사실상 폐쇄 절차에 들어갔다. 2001년 설립 이후 누적 생산량 1억 대를 넘긴 이 공장은 캐논의 대표적인 해외 생산기지였으나, 시장 침체와 중국 내 경쟁 심화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중산 공장은 전성기였던 2009~2010년 직접 고용 인력이 1만명을 넘었고 협력업체 종사자를 포함하면 약 2만명 규모의 산업 생태계를 형성해왔다. 그러나 최근 인력은 급감해 2025년 9월 말 기준 약 1400명 수준으로 줄어든 가운데 캐논은 내부 통지에서 “레이저프린터 시장의 장기 침체, 중국 로컬 기업의 약진, 중산 지역의 인건비 부담 증가”를 생산 중단 배경으로 설명했다.
중국 레이저프린터 시장에서 캐논 점유율은 2018년 7%대에서 2025년 3%대로 하락한 반면, 현지 브랜드 점유율은 40% 이상으로 확대됐다. 수익성 악화 속에 캐논은 이미 일부 생산을 베트남·태국 등으로 이전하고 있으며 그룹 차원의 중장기 전략도 의료영상, 반도체 장비 등 고부가가치 분야 중심으로 전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장 가동은 완전히 중단된 상태이며, 직원 및 협력업체와의 정산·보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캐논은 내부 서한을 통해 “중국 법규 기준을 상회하는 보상안을 마련하겠다”며 구체적 보상 규모는 노사 협의 후 확정해 통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캐논이 중국 내 생산거점을 단계적으로 재편하는 흐름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캐논은 2022년 광둥성 주하이의 소형 디지털카메라 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다른 중국 공장들도 인력 축소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중산·주하이 일대는 프린터 및 소모품 부품업체가 밀집한 지역이어서 협력업체 매출 감소, 타 브랜드로의 공급선 재편, 설비 및 인력의 동남아 이전 등 연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세계적인 레이저프린터 수요 둔화와 중국 제조사의 급부상 속에서 일본 제조업체가 중국 중심의 생산 구조를 재조정하는 상징적 사례”라고 지적한다.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부품·완제품 공급선 다변화, 중국 로컬 프린터·부품업체와의 신규 협력 기회 발굴, 일본·중국 간 갈등 격화 시 대체 공급망 역할 강화 등을 전략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