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전세대출까지 관리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무주택자의 ‘고액 전세대출’을 대상으로 이자 상환액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하는 방안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아직 구체적인 기준이나 적용 시점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무주택자의 전세대출은 사실상 DSR 산정에서 제외돼 왔다. 이 때문에 전세대출을 보유해도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 한도에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정부는 다음 달 발표할 가계부채 관리 대책에서 일정 기준을 넘는 고액 전세대출의 이자 부담을 DSR 계산에 포함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세대출 규모가 7억~10억 원 이상인 경우, 매년 발생하는 이자 상환액을 DSR에 반영해 추가 대출 여력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미 1주택자의 경우 수도권과 규제지역 전세대출에 한도 설정과 DSR 적용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 같은 기조를 무주택자의 고액 전세대출까지 확장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전세대출까지 관리에 나서는 배경에는 과도한 가계부채 문제가 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약 89.7%로 주요국 중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중기적으로 80% 선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특히 전세대출 잔액이 120조 원대를 넘어서면서 전셋값과 집값을 떠받치는 ‘갭투자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 정책 당국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만 보도 이후 정책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에 대해 금융당국은 선을 그었다. 금융위원회는 “무주택자 고액 전세대출에 DSR을 적용하는 방안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다양한 대안을 검토 중인 단계”라고 밝혔다. 고액 전세의 기준 금액, 적용 대상과 시점, 예외 규정 등은 다음 달 공식 발표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세 거주를 계획 중인 무주택자라면 정책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수억 원대 전세를 고려하고 있다면 향후 전세대출 이자가 DSR에 포함돼 다른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미 정책·민간 금융권 전반에서 대출 총량 관리와 심사가 강화된 만큼, 2026년에도 ‘대출 한파’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