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 직지, 조선왕조실록은 한국이 세계 기록문화사의 종주국임을 증명하는 대표적 유산이다.
고려 현종 대에 시작된 초조대장경은 몽골 침입으로 소실됐으나, 1236년부터 1251년까지 다시 새긴 팔만대장경은 현재 해인사에 봉안돼 있다. 5만1258장 목판에 새겨진 5238만여 글자는 불교와 장인정신의 결정체로, 2007년 장경판전과 함께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된 ‘직지’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이다. 권말에 간행 연월과 장소, 시주자가 명기돼 있으며,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2001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며 고려의 인쇄문화 위상을 알렸다.
조선은 왕조 472년의 역사를 총 1893권, 888책으로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을 남겼다. 초기에는 금속활자로, 임진왜란 이후에는 목활자와 동활자로 인출했다. 실록은 전주사고본을 비롯해 전국 사고에 분산 보존됐고, 오늘날 총 4964만여 자에 달하는 방대한 기록은 한국판 대하드라마이자 인류 공동의 역사자산으로 평가된다.
팔만대장경은 왜구와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까지 숱한 위기를 넘기며 지켜졌다. 특히 1951년 공군 폭격 명령을 거부한 김영환 대령의 결정은 경판과 사찰을 지킨 역사적 장면으로 남아 있다.
8세기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시작으로, 고려와 조선을 거쳐 이어진 한국의 판본 전통은 목판본·목활자본·금속활자본으로 발전했다. 세계 기록문화사의 굵직한 전환점마다 한국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는 점에서, 목판과 활자는 단순한 출판 도구를 넘어 한국 기록문화의 진수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