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한 외교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원유와 나프타 확보를 위한 중동 순방에 나선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7일 브리핑에서 카자흐스탄, 오만,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는 순방 계획을 밝히며 “원유와 나프타 확보 방안을 집중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순방은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진행되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국내 에너지 기업 관계자들도 동행한다.
정부는 현재 상황을 단기적 위기가 아닌 ‘에너지 불안 장기화 국면’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아랍에미리트로부터 확보한 2400만 배럴 규모 원유가 국내 반입 중이지만 이는 일시적 대응에 불과하다는 인식이다. 강 비서실장은 “단 1배럴의 원유라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급선 다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핵심 산업 자원 수급 관리도 병행되고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헬륨의 경우 반도체 업계 기준 약 4개월치 물량이 확보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주요 산업과 생활 물자 전반에 대한 점검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신호등 시스템’을 도입해 약 70~80개 핵심 품목의 수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페인트, 요소수, 종량제 봉투, 콘크리트 등 산업과 생활에 직결된 품목을 대상으로 이상 징후 발생 시 단계별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강 비서실장은 “경고 신호가 발생하면 대체 공급선 확보와 규제 완화까지 전방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실행 중심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해상 안전 문제도 주요 현안으로 부상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는 한국 국적 선박 26척이 체류 중이며 정부는 선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대응하고 있다. 선박 내 식량과 의료품은 각각 2주, 4주 분량이 확보된 상태다. 하선을 희망하는 선원에 대해서는 현지 공관을 통한 지원이 진행되고 있다.
이란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강 비서실장은 “한국이 적대국은 아니라는 점은 확인됐지만 협력국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복잡한 외교 환경을 언급했다. 이어 “국제 협력과 외교적 조율이 필요한 사안으로 단기간 해결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순방을 계기로 중동 외교를 강화하고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