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6일 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본원 전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정부·공공기관 전산망이 대거 마비됐다. 주민등록 등본 발급, 정부24, 대출·카드 결제, 우체국 금융·택배, 부동산 거래신고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서비스 400여 개가 동시에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였다. 정부는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리고 복구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은 오후 8시 15분경 무정전 전원장치(UPS) 배터리 교체 작업 중 발생했다. 노후 배터리에서 불꽃이 튀며 화재가 시작됐고, 전산실 구조상 진화가 쉽지 않아 온도가 160도까지 치솟았다. 소방당국은 장비 60여 대, 인력 200여 명을 투입해 22시간 만인 27일 오후 6시께 완전히 진화했다. 피해 배터리는 384개로 확인됐다.
이번 화재로 정부 시스템 647개가 멈췄고, 이 중 국민이 직접 이용하는 대민 서비스는 436개, 공무원 내부망 서비스는 211개다. 정부24, 국민신문고, 모바일 주민등록증, 나라장터, 온나라 시스템,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 등이 멈추면서 민원 처리와 부동산 거래가 마비됐다. 특히 우체국 금융서비스까지 중단되며 ATM 입출금, 인터넷뱅킹, 카드 결제에 전국적인 혼란이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2014년 설치된 노후 UPS 배터리로 추정된다. 정기점검에서는 이상이 없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시스템 전체를 멈추게 한 이중화 미비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재해 시 3시간 이내 복구를 목표로 내세워 왔지만 이번 사태는 그 약속이 무색해졌다. 전문가들은 “백업은 있었지만 동일 규모의 대체 시스템이 없어 복구가 지연됐다”며 “민간기업에만 요구했던 이중화 기준을 정부가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2022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마비된 사건의 ‘정부판 카톡 먹통’으로 불린다. 정부 시스템조차 단일 장애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가 기반 전산망의 재난 대응과 이중화 체계 전면 점검이 불가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