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 포함) 잔액이 한 달 새 22조 원 가까이 급감하며, 대기성 자금이 본격적으로 증시로 이동하는 ‘머니무브(Money Move)’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4000포인트를 돌파한 가운데, 투자 열기가 은행 예금에서 증권 계좌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9월 말 669조7천억 원에서 10월 말 647조8천억 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투자자 예탁금은 약 9조 원 늘어 85조 원을 돌파, 주식 매수 대기자금이 빠르게 불어났다.
요구불예금은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해 ‘투자 대기자금’으로 불린다. 예금금리는 2%대에 머무는 반면, 주식시장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예금보다 주식’이라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은행 예금이 증권사 예탁금,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부동산·코인 등 다양한 투자처로 빠르게 이동하는 양상이다.
은행권에서는 저비용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대출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증시에서는 개인과 기관 자금이 동시 유입되며 ‘사천피 랠리(코스피 4000포인트)’를 뒷받침하는 유동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와 주식시장 기대감이 겹치면서 자산 재배분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론 증시 활황을 이끌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동성 쏠림이 시장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