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논란의 중심에 선 쿠팡의 창업자이자 실질적 지배자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 통보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김 의장은 오는 17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지난 14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사유서에는 “해외에 거주 중이며 글로벌 CEO로서 일정이 과중하다”는 설명만 담겼고, 구체적인 업무 일정이나 대체 출석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정치권과 소비자 사회에서는 즉각 반발이 나왔다. 개인정보 유출로 국민적 불안과 분노가 커진 상황에서, 최고 책임자가 국회의 출석 요구를 거부한 것은 책임 회피이자 국민에 대한 무시라는 지적이다.
함께 증인으로 채택된 박대준·강한승 전 쿠팡 대표도 “이미 대표직에서 사임했다”는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혀, 핵심 책임자로 지목된 인사들이 모두 청문회를 피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 의장의 불출석을 “국민을 향한 노골적인 도발”이라고 규정하며, 고발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체류 중인 대기업·플랫폼 기업 총수에 대한 강제 출석과 제재 수단을 강화하는 입법 추진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의장이 국회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국정감사 당시에는 부상을 이유로 불출석했고, 지난해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국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 사례까지 포함하면 지난 10년간 단 한 차례도 국회 증언대에 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2주가 넘도록 김 의장은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 등 어떠한 공식 입장도 직접 밝히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쿠팡의 시장 지배력에 대한 자신감이 배경에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개인정보 유출 이후 ‘탈팡(쿠팡 탈퇴)’ 인증 글과 집단소송 움직임이 확산됐지만, 쿠팡 이용자 수는 큰 폭으로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기준 쿠팡 앱 이용자는 약 2993만 명으로, 한 달 전보다 4.1%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유료 멤버십 해지 절차의 번거로움, 고객센터를 거쳐야 하는 탈퇴 구조, 쇼핑·배달·콘텐츠 서비스를 묶은 이른바 ‘록인(lock-in) 구조’를 꼽는다. 빠른 배송과 최저가 경쟁, 무제한 반품 정책 역시 소비자 이탈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10명 중 7명은 “보상이 이뤄지더라도 신뢰 회복은 어렵다”고 답했지만, 절반 이상은 “편의성 때문에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응답했다. 분노와 의존이 동시에 존재하는 소비 구조라는 평가다.
다만 일부 소비자들은 네이버·지마켓 등 대체 플랫폼으로 이동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으며, 향후 정부 조사 결과와 손해배상 규모, 제도 개선 여부에 따라 쿠팡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넘어, 플랫폼 독점 구조 속에서 기업 책임성이 어디까지 작동하는지를 드러낸 상징적 사례로 보고 있다. 국회의 출석 요구조차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거부되는 현실과, 불신 속에서도 서비스를 떠나지 못하는 소비자 구조가 한국 플랫폼 경제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