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문을 열고 계란통을 확인할 때마다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던 암호 같은 숫자와 문구가 사라진다. 그동안 계란 껍데기에 찍혀 있던 ‘판정’ 대신, 누구나 한눈에 품질을 알아볼 수 있는 ‘1+등급’ ‘1등급’ 같은 명확한 품질 정보가 직접 새겨진다. 포장지를 버려도 아이에게 먹일 계란의 등급을 즉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변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5일부터 소비자가 계란 품질을 더 쉽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축산물 등급판정 세부기준’을 개정·고시했다. 핵심은 등급 정보를 포장지에만 표기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계란 껍데기 자체에 등급(1+, 1, 2등급)을 문자로 표시하도록 허용한 것이다.
그동안 소비자 혼란은 적지 않았다. 껍데기 끝자리에 적힌 사육환경 번호를 품질 등급으로 오해하거나, ‘판정’이라는 글자의 의미를 알 수 없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특히 계란을 구매한 뒤 포장 상자를 버리고 냉장고 전용 트레이로 옮겨 담으면, 프리미엄 등급인지 일반 등급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불편으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등급 판정 이후 포장 공정을 갖춘 업체에 한해 껍데기 직접 표기를 허용했다. 모든 업체가 즉시 시행하는 것은 아니며, 등급 판정을 받고 표기가 가능한 설비를 갖춘 곳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현재 일부 계란 선별·포장 업체가 참여 의사를 밝혔고, 대형 마트와 유통업체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껍데기 등급 계란’의 확산 속도는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정은 단순한 표기 변경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계란 등급 판정의 객관성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AI(인공지능) 기반 자동 등급판정 기계도 점진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기계가 사람의 눈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신선도와 품질을 판별하고, 그 결과가 곧바로 껍데기에 인쇄되는 스마트 유통 시스템이 구축되는 셈이다.
전익성 축산유통팀장은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제도 개선”이라며 “앞으로도 축산물 품질 정보를 더 정확하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마트 신선 코너에서 포장지의 문구를 일일이 확인할 필요가 없다. 껍데기에 선명하게 찍힌 등급 하나면 충분하다. 작은 변화지만, 우리 식탁의 신뢰도를 높이는 의미 있는 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