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자 추정제는 ‘일하는 사람’을 우선 근로자로 보고,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사용자(사업주)가 입증하도록 규칙을 바꾸는 제도다. 프리랜서·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 약 870만 명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2026년 5월 1일(노동절) 전까지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로 제시돼 있다.
근로자 추정제의 핵심은 판단의 출발점을 전환하는 데 있다. ‘타인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면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일단 추정하고, 분쟁이 발생할 경우 노동자가 “나는 근로자다”를 입증해야 했던 기존 구조를 바꿔 사용자가 “근로자가 아니다”를 반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적용 대상은 배달 라이더,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캐디, 대리운전 기사 등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종사자들이 중심이다. 이른바 ‘가짜 3.3’이라 불리는 사업소득 3.3% 원천징수 형태로 일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에 가까운 경우가 폭넓게 포함된다. 민사 분쟁에서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인정 여부뿐 아니라, 퇴직급여와 최저임금, 해고·부당대우 구제 등 근로자 개념을 전제로 하는 제도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묶은 이른바 ‘권리 밖 노동 보호 패키지 입법’을 추진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5월 1일 노동절까지 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완료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으며, 여당 의원 발의안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제도가 도입되면 그동안 실질은 근로자였지만 입증이 어려워 퇴직금이나 최저임금, 부당해고 구제 등을 받지 못했던 ‘근로자성 오분류’ 사례를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연구자와 일부 노동계는 근로자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현실을 고려할 때 제도의 취지는 의미가 있으며, 보호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반면 소상공인·영세 사업자 단체와 경영계는 프리랜서·특고 종사자 약 870만 명을 일괄적으로 근로자로 추정할 경우 인건비 부담과 법적 리스크가 급증하고 분쟁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근로자 추정 조항을 근로기준법 총칙이 아닌 분쟁 절차 규정에 둘 경우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정의 규정에 명시하고 판단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근로자 추정제는 보호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취지와 현장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는 쟁점 법안이다. 입법 과정에서 적용 범위와 기준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가 제도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