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5000선을 넘어서며 국내 증시는 이른바 ‘코스피 5천 시대’에 진입했다. 1980년 지수 100에서 출발한 이후 약 반세기 만에 50배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상징하는 구간으로 평가된다.
이번 5000 돌파의 가장 직접적인 동력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업황 회복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반도체가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주가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로봇, 방산, 조선, 원전 등 제조업 성장주 전반에 대한 기대도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 중인 ‘코리아 밸류업’ 정책, 배당 확대를 유도하는 제도 개선과 세제 완화 기조가 맞물리며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순매수가 상승 흐름을 주도했고, 개인투자자는 차익 실현에 나서며 순매도로 전환한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5000 돌파를 한국 증시의 ‘리레이팅’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오랜 기간 저평가 구간에 머물던 코스피가 한 단계 높은 시가총액 레벨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업 이익의 구조적 개선이 가시화되면서 과거와는 다른 평가 기준이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경계론도 동시에 제기된다. 실질 성장률 둔화,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 가계부채 부담 등 실물경제의 기초 체력은 여전히 약하다는 점에서 지수와 경제 사이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기간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변동성 확대 역시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
전문가들은 지수 레벨 자체보다는 이익 사이클과 밸류에이션, 정책 방향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반도체와 제조업 전반의 실적 흐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수준, 밸류업 정책과 세제·공매도 제도 변화 등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5000선 돌파 이후 시장에서는 대형 성장주를 중심으로 한 추세 추종 전략과 함께, 아직 재평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가치주·배당주의 ‘키 맞추기’ 장세가 동시에 전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변동성이 커진 국면인 만큼 레버리지 비중을 조절하고 분할 매수·분할 매도 등 기본적인 리스크 관리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