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대표 정기예금 상품에서 연 3%대 금리가 모두 사라졌다. 최고 금리 상단은 2% 후반대로 내려앉았고, 예금 자금 일부는 증시와 증권사 상품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현재 연 2.8~2.85% 수준에 형성돼 있다. 지난해 말 연 2.85~3.0% 구간과 비교하면 한 단계 내려온 셈이다.
연 3%대 금리 소멸의 직접적인 계기는 농협은행의 금리 인하다. 농협은행은 최근 NH올원e예금과 NH왈츠회전예금Ⅱ의 최고금리를 연 3.0%에서 2.85%로 낮췄다. 이로써 5대 은행 정기예금 상품 목록에서 연 3%대 금리는 자취를 감췄다.
배경에는 시장금리 하락이 있다. 예금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1년 만기 은행채 금리가 지난해 12월 2.88% 수준에서 올해 1월 2.73%대로 내려오면서 은행권 수신금리도 순차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여기에 지난해 말 고금리 특판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금을 끌어모으던 분위기와 달리, 최근에는 대출 수요와 운용 수익성을 감안해 예금 금리를 무리하게 높일 유인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대체 상품과의 경쟁 구도 변화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증권사의 IMA, 랩, 원금 또는 손실제한형 상품이 목표 수익률 연 4% 안팎을 제시하면서, 은행권은 예금 금리 인상 경쟁 대신 다른 영역에서 차별화를 모색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튼 모습이다.
예금자 입장에서 체감 변화는 크다. 1년 만기 예금 금리가 연 2% 후반대로 내려오면 이자소득세 15.4%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할 때 실질 수익 매력은 크게 낮아진다. 실제로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올해 들어 약 3조원 감소했고, 요구불예금도 20조원 이상 빠져나가며 자금이 주식, 채권, 증권계좌 등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금리 전망에 대한 인식 변화도 뚜렷하다. 연 3%대 특판이 다시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예금 금리는 이미 정점을 지났다는 판단이 확산되면서, 단기 예치 후 다른 자산으로 갈아타려는 전략을 선택하는 예금자가 늘고 있다.
다만 연 3% 이상의 금리를 완전히 찾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일부 지방은행과 저축은행, 신협, 농축협 등 상호금융권에서는 우대금리를 포함해 연 3% 이상을 제시하는 상품이 남아 있다. 또 증권사의 원금보장·부분보장형 IMA, RP, ELB 등은 목표 수익률 3~4%대를 내세우며 은행 예금의 대체지로 부각되고 있다. 금리 환경 변화 속에서 예금자들의 비교와 선택이 한층 더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