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의 인쇄 관련 학과가 잇따라 폐과 수순에 들어가고 있다. 한때 산업화 시대를 이끌던 대표적인 실용 학문이었지만,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교육 현장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중부대, 신구대, 부경대, 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 등 주요 대학과 직업교육기관들이 이미 인쇄과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거나 학과 자체를 폐지했다. 신구대 프린트미디어과는 전통적인 인쇄 중심에서 디지털 미디어 중심으로 개편하며 정원을 크게 줄였고, 중부대와 부경대는 아예 학과를 없앴다. 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 역시 같은 결정을 내렸다.
폐과의 이유는 분명하다. 전자책과 디지털 출판물 확산으로 전통 인쇄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학과 존립 명분이 흔들린 것이다. 신구대 한 관계자는 “강의실을 가득 채우던 학생들이 사라지고, 몇몇 재학생만 남아 실습실과 장비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산업 현장에도 여파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중소 인쇄업체 관계자는 “현장은 여전히 숙련 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학과가 사라지면 기술자를 구하기가 더 힘들어진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단순 기술자가 아닌 첨단 디지털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융합형 인재가 절실한 상황에서 공급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인쇄학과 폐과는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로 풀이된다. 일부 대학이 학과 명칭을 바꾸고 커리큘럼을 디지털 미디어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새로운 직업 교육 체계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수십 년간 한국 인쇄 산업을 떠받쳐온 인력 기반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다.
캠퍼스에는 텅 빈 강의실과 멈춘 인쇄 기계만이 남아 있다. 인쇄 교육이 이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아니면 새로운 시대에 맞는 형태로 부활할 수 있을지 교육계와 산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