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도날트 투스크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폴란드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했다. 1989년 수교 이후 이어온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며 안보·경제·첨단기술 전반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번 회담은 폴란드 총리의 27년 만의 공식 방한이자, 투스크 총리 취임 이후 첫 아시아 방문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회담 직후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 동맹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한국과 폴란드는 이미 긴밀한 경제 협력 기반을 구축해 왔다. 폴란드는 한국의 EU 내 5대 교역국이며, 한국은 폴란드의 비유럽 국가 중 최대 투자국이다. 양국 교역 규모는 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약 400개 한국 기업이 현지에 진출해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은 실질 협력 확대에 있다.
우선 방산 분야에서 양국은 K2 전차,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 총 442억 달러 규모 계약의 이행을 가속화하고 기술 이전 및 현지 생산 확대에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무기 도입은 단순 거래가 아닌 신뢰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배터리·에너지 협력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양국은 공급망 안정화, 현지 진출 기업 애로 해소, 에너지 안보 협력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여기에 인프라 사업 참여 확대와 함께 수소, 나노, 첨단 소재 분야 공동 연구, 인적 교류 확대에도 합의했다.
이는 단순 수출 중심 협력을 넘어 산업 생태계를 공동으로 구축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회담은 최근 중동 관련 발언으로 불거진 외교 논란과는 별개로, 이 대통령 외교 전략의 양축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SNS를 통해 “각국의 주권과 보편적 인권은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가치 기반 외교 원칙을 재확인했다.
동시에 유럽과의 협력에서는 방산·에너지·첨단기술 중심의 실용 외교를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제 규범과 인권을 강조하는 ‘가치 외교’와 경제·안보 협력을 확대하는 ‘실용 외교’를 병행하는 이른바 ‘투트랙 외교’ 전략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폴란드는 NATO 핵심 국가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안보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이와 같은 국가와의 협력 격상은 한국 방산의 유럽 진출 확대, 에너지·배터리 공급망 안정, EU 시장 영향력 강화라는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이 대통령이 “8000km 거리를 넘어선 깊은 우정”을 언급한 것도 지정학적 협력 확대를 상징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중동에서는 원칙을 강조하고, 유럽에서는 실리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한국 외교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는 단일 선택이 아닌 복합 전략이다. 이번 한-폴란드 정상회담은 그 복합성이 실제 정책과 협력으로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