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지난 10일 HMM 나무호 관련 현장에 대해 "조사 결과 지난 4일 미상의 비행체가 HMM 선미를 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외교부 제공>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피격된 HMM 나무호 공격 주체를 특정하지 않으면서 정치권과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각종 음모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10일 “지난 4일 미상의 비행체가 HMM 나무호 선미를 타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공격 주체를 특정하지 않은 채 ‘미상의 비행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청와대 역시 지난 11일 나무호 피격에 대해 규탄 입장을 냈지만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상에서는 UFO설부터 이스라엘 배후설, 미국 자작극설까지 각종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스라엘이 전쟁 장기화를 위해 이란 소행처럼 꾸몄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선박이 침몰하지 않았고 대규모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정밀하게 계산된 공격”이라는 해석까지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건 직후 신속하게 이란 배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미국 개입설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같은 무인기 기술은 미국이나 이스라엘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한 정치 유튜버는 “홍길동을 홍길동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드론을 드론이라고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발표를 비꼬았다.
논란은 정부의 외교 대응 과정에서 더욱 증폭됐다.
외교부는 지난 10일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불렀다. 외교가에서는 사실상 ‘초치’에 해당하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말에 주한 대사를 호출한 점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하루 뒤 “주한이란대사 초치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이란 책임론과 외교적 부담 사이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정치권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란이라고 하는데 끝까지 ‘미상’이라고 우긴다”며 “이재명 정부의 주적은 UFO인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이란 국영TV가 한국 선박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보도했는데도 정부는 부인하고 있다”며 “CCTV 영상까지 확인하고도 ‘미상의 비행체’라고 발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가 이란에 지원한 50만달러 규모 인도적 지원금과 관련해 “그 돈이 결국 우리 선박을 공격한 드론 자금으로 돌아왔을 수도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반면 여권은 국민의힘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은 “국민의힘이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한미동맹 흠집 내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이어 “동맹국 미국이 한국 선박 공격 정보를 알고도 숨겼다는 식의 주장은 결과적으로 한미 신뢰를 흔드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현재까지 나무호 공격 배후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군과 정보당국은 미상의 비행체 종류와 발사 주체 등을 추가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