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쇄업계가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가장 먼저 맞닥뜨린 화두는 ‘친환경’이다. 글로벌 인쇄 시장은 가격 경쟁보다 환경 기준 충족 여부를 우선시하는 흐름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특히 일본 시장은 세계적으로 까다로운 환경 규제를 적용하는 만큼, 성공적인 진출의 관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일본을 뚫으면 다른 나라는 어렵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1970년대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인쇄업은 큰 체질 변화를 겪었다. 납 활자와 유성 잉크 시대를 지나 VOC(휘발성 유기화합물) 저감, 폐수 처리, 재생지 사용 등이 보편화됐고, 현재는 FSC·PEFC 등 국제 인증이 경쟁력 지표가 됐다. 유럽연합(EU)의 ‘그린 딜’, 일본 정부의 ‘탄소중립 2050 전략’ 같은 정책은 인쇄 수출기업에 장벽이자 기회로 작용한다.
글로벌 바이어들은 단가보다 ▲FSC 인증지 ▲콩기름·수성 잉크 ▲현상액 없는 무현상 판재 ▲LED UV 경화 장비 적용 여부 등을 먼저 확인한다. 최근 확산되는 디지털 인쇄와 주문형 인쇄(POD)도 종이·잉크 낭비를 줄여 ESG 경영과 직결된다. 식품·화장품·전자제품처럼 포장재 친환경성이 중요한 산업에서는 인쇄업체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인증 확보가 해외 시장의 ‘입장권’이라고 강조한다. 에코라벨, 탄소발자국 인증 같은 제도적 장치와 더불어, 순환경제를 실현하는 소재와 공정 혁신이 곧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전망이다. 100% 생분해성 소재, AI 기반 생산 최적화, 인쇄물 회수·재사용 모델 등은 단순한 기술 투자가 아니라 기업 생존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해외 시장을 두드리는 인쇄업체라면 가격 경쟁력보다 앞서 친환경 가치를 확보해야 한다. 일본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을 확장하려는 국내 업체들에게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