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문직 취업비자(H-1B)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면서 미국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 부담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19일 H-1B 비자 수수료를 기존 건당 1,000달러(약 140만 원)에서 10만 달러(약 1억 4,000만 원)로 100배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최근 1년간 신규 발급된 H-1B 비자가 14만 1,000건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기업들은 연간 약 140억 달러(20조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떠안을 것으로 추산된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IT·테크 기업이 특히 직격탄을 맞았다. 전체 H-1B 비자 수혜자의 3분의 2가 IT 업계에 집중돼 있어 글로벌 인재 채용 전략에도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의료, 회계 등 전문 서비스업계 역시 인력 확보에 타격이 예상된다.
업계 반발이 거세지자 백악관은 20일 “인상분은 신규 신청자에만 적용된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기업들과 이민법 전문가들은 ‘신규’의 기준이 불명확하다며 세부 지침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H-1B 비자는 매년 8만 5,000개의 쿼터가 배정되며, 글로벌 우수 인재가 미국으로 유입되는 핵심 통로다. 이번 정책은 미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넘어, 인도와 중국 등 외국 인재 송출국의 인력 이동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는 보호무역주의의 인력 버전”이라며 “장기적으로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으로 법적 쟁점과 업계의 집단 대응 여부가 이번 사안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