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검색이 정보 소비 방식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언론이 직면한 구조적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사용자가 더 이상 포털 링크를 찾아 클릭하지 않고 질문 한 번으로 요약된 답변을 받는 환경이 정착되며, 언론 노출의 기준 또한 SEO에서 AEO·GEO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국내 언론사의 AI 가시성 실험은 이 변화가 실제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험은 진보·중도·보수 987명의 가상 인물을 구성하고, 각 인물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재명 정부의 관세 협상’ 관련 질문을 생성해 챗GPT에 자동 입력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때 챗GPT가 답변 근거로 제시한 ‘인용 링크’와 ‘더 보기 링크’를 모두 추출해 어떤 언론사·기관이 가장 자주 등장했는지를 계산했다.
총 1654개의 출처 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경제지의 약진이었다. 정치적 질문을 던졌음에도 챗GPT는 해당 사안을 ‘관세 정책’이라는 경제 영역으로 분류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경제 전문지를 우선적으로 인용했다. 정부·공공기관 사이트 역시 높은 신뢰도를 기반으로 다수의 출처를 차지했다. 정책브리핑, 한국은행, 복지부, 국세청 등은 전체 인용에서 16% 이상을 차지하며 뚜렷한 존재감을 보였다.
반면 종합일간지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다루는 국내 언론 구조가 AI의 ‘전문성 기반 인용’ 기준과 충돌하면서 가시성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결과가 확인됐다. 방송사의 존재감도 미미했다. 유튜브 채널은 상위권에 올랐으나 지상파·케이블 뉴스 채널은 1%대에 그쳤다.
이 실험은 AEO·GEO 시대의 핵심 과제가 단순한 기사 생산 효율화가 아니라 ‘AI가 선택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방향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포털 중심에 맞춰진 기존 기사 구조는 주제 중심·문맥 중심으로 수집하는 AI의 취향과 다르다. 해외 언론이 오픈AI·구글과의 저작권 계약을 통해 인용 구조를 확보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언론사는 협력 기반이 부족해 노출 기회에서도 밀리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최적화 노력이 당장 트래픽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AI 오버뷰가 포함된 검색의 제로 클릭 비율이 80%에 달한다는 분석처럼, AI는 사용자의 클릭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보 구조를 바꾸고 있다. 언론이 AEO·GEO에 대응하더라도 실질적 방문자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콘텐츠가 AI 생태계에 노출되지 못하면 영향력 자체가 축소되는 만큼 전략적 대응은 불가피하다. 국내외 기업들이 이미 AEO·GEO를 마케팅 핵심 지표로 삼고 전용 분석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는 흐름을 감안하면, 언론 역시 AI 기반 가시성 측정과 전문성 중심의 콘텐츠 재설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실험은 AI 시대 언론 경쟁력이 더 이상 포털 노출 순위가 아니라 AI가 선택하는 출처 목록 속에서 결정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AI 검색 생태계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언론의 대응 속도가 향후 정보 시장 재편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