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충무로에 오는 11월 개관 예정인 서울영화센터를 두고 영화계 안팎의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박찬욱·봉준호·김지운·이명세 감독 등 국내 거장 11명과 12개 영화단체는 지난 9월 3일 연대 성명을 통해 “서울시는 원안대로 시네마테크 건립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영화계는 15년간 영화인과 시민이 합의해온 계획을 서울시가 뒤집었다고 비판한다. 시네마테크 본래 기능인 고전·독립·예술영화 상영과 교육·아카이브 역할이 축소됐다는 것이다. 당초 ‘서울시네마테크’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이 공간은 파리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뉴욕 링컨센터 필름소사이어티처럼 예술영화 자율성과 복원·교육을 통합한 영화 도서관 성격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 취임 후 서울시는 명칭을 서울영화센터로 바꾸고 운영을 서울경제진흥원에 위탁했다. 상영작을 사전·사후 심의할 수 있다는 입찰 문구가 포함되면서 영화계는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까지 제기했다. 이에 맞서 서울시는 상암동 영상자료원이 이미 시네마테크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충무로에 같은 시설을 짓는 것은 중복투자라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재정 효율성과 대중성을 내세워 독립·예술영화 전용관보다는 시민 누구나 접근 가능한 복합 플랫폼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한다. 신인 감독전, 관객과의 대화, 전시·교육 프로그램, AI 활용 교육 과정, 공유 오피스 제공 등을 통해 영화산업 생태계 확장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영화감독협회와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등 일부 단체도 산업과 대중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서울시 방침을 지지하고 있다.
서울영화센터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개관을 넘어 한국 영화계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흥행성과 수익성 중심의 효율화가 힘을 얻는 한편, 고전·독립·예술영화 같은 다양성의 영역은 밀려나고 있다. 충무로 한복판에서 효율성과 다양성의 대립이 한국 영화의 미래를 가르는 갈림길이 되고 있다.